소사역 맛집 바지락 국물 수제비
소사역 근처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요. 마땅한 곳이 없어서 헤매다가 서울신대 근처에 수제비를 먹으러 들어갔습니다. 많고 많은 저녁메뉴 중에서 수제비는 참 무난하지요. 호불호가 거의 없는 메뉴니까요. 저는 수제비를 좋아하는데요. 생각해 보면 식당에서 먹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자주 끓여 먹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는지 신기합니다.
수제비를 먹으러 들어갔지만 또 메뉴판을 보게 되네요. 수제비 두 개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친구가 잠시 기다려달래요. 막상 메뉴판을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나 봅니다. 저도 종종 그렇지요. 분명 메뉴를 정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마음이 급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오늘은 수제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칼국수를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변심한 친구는 김치만두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선 모양의 찐만두였는데요. 만두소가 아주 알차게 들어가 있고 만두피가 아주 쫄깃해서 맛있더라고요. 친구가 한 개 먹으라고 권해서 먹었는데요. 또 한 개를 뺏어 먹었습니다. 뺏어 먹는 맛이 아주 괜찮더라고요.
친구의 만두도 참 맛있었지만 수제비도 맛있었어요. 바지락국물이라 시원하였습니다. 수제비도 손으로 직접 뜯어 넣으셨는지 모양도 제각각이면서 쫄깃하고 맛있더라고요. 한 그릇 먹으면 제법 든든한 식사가 되겠네요. 물론 친구가 좀 뺏어 먹었지만요. 그래도 푸짐했습니다. 두 가지를 먹으니까 참 좋네요. 역시 둘이 가면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해서 나눠 먹는 것이 좋습니다.
보령에 도착해서 바다에 들어가려니 비가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겸 점심이나 먹자며 슬슬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엎어지면 코 닿을거리로 보였는데 계속 이정표만 나옵니다.
친구들 모두 뭐냐고 슬슬 투덜거림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검색해서 찾아낸 본인도 몰랐다는 사실에 함께 놀라고 있습니다.
이런 이정표를 다섯개정도 지났나 동네 개들이 우릴 반기느라 어찌나 짖던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정표를 곳곳에 세울만하다. 누가 찾아올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적한 길목에다, 쉽게 눈에 띄는 외관도 전혀 아니요, 울창한 나무에 간판까지 가려져 있었습니다.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닭도리탕도 있고 계란도 구입할 수 있다고 건물 옆에 닭들이 풀어져 꼬꼬거리고 있었습니다.
10시 좀 넘은 시간에 전화 해보니 영업 한다고해서 아침밥 먹기로 반야외식도 있고, 건물 가정집을 개조한 방안 털푸덕 자리도 있었습니다.
제육볶음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단촐한 밑반찬. 그렇지만 부족함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 한 잔 할까? 서로 눈빛 교환하다 터져 나온 한마디에 다들 그러기로 했습니다.
누룽지가루 섞은것이 아니라 함께 발효 시킨거라 진하다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거라고 하시네 시각적으로도 일단 걸죽함이 묻어납니다.
아침 우유 대신 누룽지 막걸리로 한잔씩! 참말로 누룽지맛이 찐한 고소한 막걸리 입니다. 친구 딸네미가 입맛이 없는것 같아 물만두 한접시도 주문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거냐 물어보니 아니라고.
도가니수제비 2인분, 천원 차이밖에 나질 않으니 당연히 모두 도가니수제비로 주문할줄 알았습니다. 미끌물커덩 식감을 즐기지 않는 친구들은 사골수제비 3인분, 지나치게 익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설익지도 않은 적당한 균형감이었습니다.
부드럽지만 물커덩하지도 않은 안정된 수제비 식감이라니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사골국물맛이 폴폴, 진한 국물맛 도가니는 자잘하게 국물과 수제비 사이에 숨어있습니다. 살짝 스치듯 풍기는 젓갈맛이 좋은 시원한 배추김치도 인기네요. 아삭쫄깃 무짠지는 달작지근한 간장소스로 잘도 무쳐냈습니다.
남은 국물이 아까워서 밥 말아 짠지 얹어 먹으니 꿀맛입니다. 사골수제비와 도가니수제비 맛의 차이가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완전 다릅니다. 도가니수제비가 훨씬 고소하고 진득해서, 도가니 먹다가 사골 먹으면 싱겁게 느껴진달까. 다들 똑같은 국물에 마지막에 도가니 몇점 뿌려줄거라고 넘겨짚었는데 따로 끓이나봅니다.
집에서 툭툭 밀가루 반죽 뜯어 먹는 그런 편안한 맛이었습니다.
소사역 맛집 보고 추억 글도 남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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